<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폭풍’> ‘대선공약’ 정권때마다 국정발목 “투명하게 공개후 과감히 수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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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 파기 논란이 이명박 정부 후반기 안정적 국정 운영에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대선 공약이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 사례는 전 정부에서도 있었지만 국민들이 지역 이익에 더욱 민감해진 만큼 신중한 공약 선택과 철저한 검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 정부에서도 표를 얻기 위해 한 공약으로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김영삼 정부는 1992년 선거 당시 쌀 수입 개방 절대 불가라는 공약을 내걸었지만 1993년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결국 쌀 시장을 개방하게 되면서 당시 황인성 국무총리가 사퇴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내각제 개헌 무산으로 자민련과 결별하면서 국정 혼란이 야기됐고 농가부채 탕감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2000년 유례없는 전국적 농민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국민 갈등이 지속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나면서 행정수도 세종시는 행정복합도시로 계획이 수정됐지만 이명박 정부까지 문제가 계속됐다.

과학비즈니스벨트, 동남권 신공항 등 이명박 정부 들어 부쩍 대선 공약으로 인한 갈등이 더 심해지는 데 대해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경제상황이 좋지 않고 노무현 정부에서 국토 균형 발전을 추구하면서 지역민들이 이해관계에 더욱 민감해지는 문화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는 정권 초기에 정리하고 갔어야 했다”며 “집권 후반기에 수정하려고 하고, 정치논리로 풀어야 할 문제를 경제논리로 풀려고 하니 갈등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의회팀장은 “대선 과정을 돌이켜 생각해 보면 과학비즈니스벨트나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메인 메뉴’가 아니었고 일종의 ‘양념’이었다”며 “‘6·2지방선거’ 무상급식 정책의 사례에서 봤듯이 인물·정당뿐 아니라 정책이 유권자 선택의 주요 요소가 된 만큼 공약을 신중하게 정하고 선거 과정에서 철저히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기우(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위원장은 “잘못된 공약을 그대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수정하는 것이 더 낫다”며 “다만 수정 과정에서 지역민 참여 등 투명한 정보 공개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